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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제10회 척수장애인체육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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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7일에 2일동안 대한척수장애인협회가 주최하는 척수장애인 체육대회가 수원실내체육관에서 10회를 맞이 하며 성대하게 진행 되었습니다. 전국에서 수백명의 척수장애인이 한자리에 모였는데요, 저와 같은 척수장애인들이 자신의 신체상황을 극복하고 열정적으로 체육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에 감동 받았습니다. 체육대회에 오신 분들은 거의 대부분 중도 장애인이었습니다. 일상 생활을 하다가 사고로 장애인이 되신 분들이죠. 척수장애보고서에 따르면 척수장애인의 90%는 중도 장애인이라고 나온 자료를 보니까, 체육대회날 참여하신 분들 대부분이 중도장애인 같았습니다. 

생활체육이라서 종목은 많지 않았습니다. 탁구, 배드민턴, 휠체어소프트볼, 휠체어럭비, 핸드사이클, 론볼 6종목 이었습니다. 

저는 휠체어소프트볼에서 포수를 맡았습니다. 왜냐하면 서울팀의 선수가 부족했고 가장 좋았던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 대신 공을 투수에게 계속 던져야 하는 심판이 바빴습니다. 서울팀은 경기팀을 이기고 4강에 올랐으나 막강한 우승후보팀인 전남에게 아쉽게 패배해서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처음 본 것과 처음 하는 것들이 몇가지 있었습니다.

첫번째로 척수장애인의 체육대회를 생전 처음 참가했습니다. 사고 이후 5년이 흘러서야 참가를 하게 되었는데요. 사고 초기에는 몸이 불편해서 체육이라는 것을 상상도 못했거든요. 그래서인지 그런 정보를 찾으려고 생각 하지도 않았죠~!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체육은 무슨 체육이냐...!’ 그래서 척수장애인들이 하는 생활체육의 종목도 관심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마음이 바뀌어 장애인 활동을 눈여겨 보던 차에 체육대회가 있다는 핸드폰 문자를 보고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보다 몸상태가 좋지 않은 분들도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반성 했습니다. ‘한계를 스스로 규정짓지 말자!!!’

두번째로 휠체어로 운집된 광경이었습니다. 엄청난 휠체어가 모여 있는 모습은 패럴림픽에서도 보지 못한 신기한 장면이었습니다. 대회 개회식을 하는 순간 뭉클하기까지 했습니다. 왜냐하면 체육대회기간에 척수장애인만 있어서 장애가 장애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번에 참여한 척수장애인들만 모여서 하는 체육대회는 나를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세번째로 장애인관련업체 부스를 보면서 ‘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업체가 많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을 급속도로 하면서 세계적인 경제국가가 되었지만, 복지는 최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몸으로 체감하는 복지정책 수준이 낮은 것을 보면서 '복지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미래는 정말 쉽지 않은 세상이 되겠구나'하는 암울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되기 까지 사회가 다같이 노력해야겠지만,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살기 좋은 복지국가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네번째로 자원봉사자 였습니다. 자원봉사자가 없었으면 행사 자체가 불가능 했을 것입니다. 정말 많은 자원 봉사자가 식사와 행사진행과 안전까지 책임지는 모습이 매우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나이가 어린 중학생부터 나이가 많은 어르신까지 연령층도 다양했습니다. 평창에서도 느꼈지만 이곳에서도 자원봉사자분들이 자신의 시간을 쪼개서 봉사해 주시는 마음이 잊혀지질 않더군요.  

마지막으로 경추손상장애인이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서 자가용에 타는 것을 처음 목격했습니다. 나와 같은 경추 손상장애인이고 특히, 상지의 손이 안되는 분인데 휠체어에서 승용차로 이동 후에 팔에 휠체어를 걸어 보조석에 휠체어를 싣고 차문을 닫고 운전하고 가는 모습이 경이롭게 느껴졌습니다. '나의 한계는 내가 만드는구나!!!’ 못하는게 아니고 안하는 것이라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으며 나도 뭐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업! 업! 업!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피나는 연습이 동반 되어야 하기 때문에 아직 까지는 마음 뿐입니다!!!

1박2일동안 비즈니스호텔 숙박을 제공 받고 볼거리 놀거리및 각종 정보를 제공 받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정보를 몰라서 혹은 참여가 두려워 망설이시는 척수장애인분들 모두가 척수장애인체육대회를 통해서 삶과 행복의 또다른 면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들만의 리그라도 좋습니다. 기회가 되면 앞으로 11회, 12회...계속 참여할 예정입니다. 다음에는 더 적극적으로 뭐라도 하고 싶어지는 체육대회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초대해주신 서울시척수장애인협회 김의종회장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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